[여기 뭐하는 데냐①]청춘플랫폼, 커뮤니티의 서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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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뭐하는 데냐①]청춘플랫폼, 커뮤니티의 서막을 열다
상도동 매력탐구 시간 - 상도동 주민이 말하는 상도동
  • 2019.01.01 10:24
  • by 정설경(재밌는 플랫폼을 설계하고픈 상도동 주민)

상도동에 ‘데뷔’한지 6년을 지나 이제 7년차에 접어든다. 초등학생 아이의 방과후 마을학교에 넣기 위해 순전히 ‘맹모삼천지커(뮤니티)’ 욕심으로 이사 왔다. 여기서 얼마나 머물지 가늠하지 않았는데 어느덧 7년차가 되었고, 오래도록 머물고픈 동네로 굳혔다. 무엇이 이토록 상도동을 붙들게 하는지 그 매력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보기로 한다.  <글쓴이 주> 

 

 

청춘플랫폼의 탄생, ‘커뮤니티공간’의 서막
2013년 상도동에 진입했다. 순전히 아이의 방과후를 맡기려고 들어왔을 뿐이었다. 마을학교를 오고가는데 오래된 단층 건물의 한켠이 공사를 한다. 왼쪽은 수선집, 오른쪽은 보일러설비집. 원래 오래된 건물이라 더 이상 세련될 수 없어 보였는데 난데없는 조명과 투명 유리창, 그리고 그 너머로 실내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이주한 주민이 보기에도 낯선데 오래 살았던 토착민들이 보기에 이 풍경은 얼마나 쌩뚱맞았을까. 말 그대로 희한한 공간이었다. ‘커뮤니티공간’을 전혀 알 리 없었던 시절에 공간을 열었더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뭐 하는 데냐’고 물었단다. 그렇게 물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해줘도 뭐하는 곳인 줄 이해하기 어려워 하더란다. 그런데 공간의 이해를 넓히는 획기적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2015년 방송된 KBS <인간의조건~재능공유>편에서 성대골마을이 소개되면서 주민들은 여기가 뭐하는 곳인 줄 확실하게 ‘공유’했던 것이다.

공유공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춘플랫폼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장사하는 가게도 아닌데 사람들은 들락거리고, 모임을 하고 밥을 먹으며 주민들은 이 공간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중심에 청년들은 공유공간을 직접 이용하거나 참여하면서 상도동엔 ‘청년들’이 사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공유공간에서 ‘일’을 만든 청년들 이야기
청춘플랫폼이 시작된 당시엔 청년들이 다양한 모임을 주도했다. 특히 요리로 할 수 있는 모든 모임을 다해 본 것 같다. 밥해서 함께 먹는 모임은 성대골에서 활동하는 마을 사람들과 시작했고, 주민들에게 배우는 밑반찬만드는 모임, 전문가를 모셔다가 수제맥주만들기, 와인클래스까지 해봤다. 그런데 모임이 뿌리를 내리려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요했다. 모임으로 ‘일’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했고, 청년들이 일하는 공간으로 ‘청춘캠프’를 열었다. 청년들이 동네에서 일을 하다니. 이 한마디만도 충분히 쇼킹하다. 자신들이 주도한 동네모임에서 그들은 주민강사라는 ‘일자리’를 만들었고, 주민들은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참여하게 되었다. 모임을 기획하고 주도하고, 때로는 비즈니즈모델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청춘플랫폼의 기획력은 높아졌다. 청년들이 참여해서 커뮤니티를 확장하는 사례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오늘날 여러 동네에서 이와 비슷한 공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일가게’를 열어 주민의 창업을 도우다
밥 먹고 모임하고 배우고 시간은 흘러갔다. ‘일하는 공간’ 청춘캠프에서 일을 하다 보니 공유공간 청춘플랫폼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주고픈 생각이 들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을 해 보면 어떨까. 조합원을 모집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잠깐의 시도에 그쳤다. 다른 모색이 필요했다. ‘요일가게’라는 걸 시작했다. 특정 요일에 시범으로 장사를 하고서 보완점을 발견하여 본격 창업을 하게 하는 매뉴얼이었다. 요일가게에서 메뉴테스트를 해보고 창업한 성공 모델도 있다. 상도동에 자리한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아시안보울은 요일가게에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이자, 이주여성들의 경제적 자립활동의 표본이다. 지금도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플라스틱과 쓰레기없는 가게를 표방한 노웨이스트가게 ‘지구’도 플랫폼에서 실험해 보고 창업한 동네 가게다. 플라스틱 문제가 대두되어 시의적절한 커뮤니티가게로 시선을 받고 있다. 청춘플랫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것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험하고 가능성을 타진해 본 요일가게는 ‘일’을 어떻게 창업으로 이어갈 것인가 고민하면서 청년들이 직면해 본 새로운 상상작업이었다.

왜 하필 상도동이었을까!
2013년 당시 학생이던 청년 셋은 서울시의 ‘살기좋은마을만들기’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서울시 용역사업으로 성대골에 들어오게 되었다. 토박이들이 머물러 사는 동네이면서 재개발지역이 아닌데서 서울시와 협력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동네에 어떤 공간이 들어오면 좋겠는지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물었고, 행인들에게 설문지로 돌렸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함께 밥먹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많았던 것. 그래서 모여서 함께 밥 먹는 커뮤니티공간으로 ‘나눔부엌’을 상상하게 되었다. 청년들도 서울에 연고가 없어 주거와 밥먹는 것이 당면한 문제였다.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와 주민들의 요구가 맞아 떨어져 오븐과 넓은 테이블을 갖춘 동네부엌이 생겼다. 믹서기, 와플기 등도 공유할 수 있어 청춘들은 모여서 밥 지어 먹고, 주민들도 초대하는 공간으로 청춘플랫폼은 탄생했다.

 

 

‘관계’ 이후엔 무엇을 할까, 커뮤니티의 활로
상도동에 들어와 부엌, 일하는 공간, 주거, 목욕탕, 공방 정도를 상상해 보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부엌, 일하는 공간, 주거까지 달려왔다. 원래 부엌이었던 청춘플랫폼엔 지금 어린이도서관이 들어와 있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콜라보인데 이 동네에는 어린이와 도서관이 청춘보다 먼저 있었다. 

이런 커뮤니티 공간이 전국에 많다고 한다. 그런데 오래 가는 공간을 몇 개나 찾을 수 있을까. 청춘플랫폼을 안내해 준 김수연매니져에 따르면, 보통 3년이 분기점이라고 했다.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커뮤니티 공간이 많다는 것. 문제는 무엇일까. 공간에서 ‘관계’는 활발하게 시작한다. 그런데 ‘관계’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금새 사그라든다고. 공유공간이 생산적인 활동의 장으로 지속하려면 공간기획자는 ‘관계’ 이후의 산물을 만드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에 기반한 관심사를 모으고 콘텐츠를 기획하며, 지역의 청년자원을 발굴할 수 있어야 커뮤니티공간으로서 기능은 계속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관계 이후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기획하는 자원이 있는 한 청춘플랫폼은 계속되지 않을까. 지역의 문제를 공동체에 기반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는 한 청춘플랫폼의 실험과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상도동 마을에서 벌어지는 커뮤니티 이야기... 쭈~욱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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