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즈'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우리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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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즈'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우리동네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공간-생활클럽생협카나가와 얼터너티브생활관
  • 2018.12.31 21:41
  • by 김미라(진주아이쿱생협 이사)

지난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 5일의 일정으로 전국 8개 아이쿱생협 이사 10명으로 구성된 일본연수단은 카나가와현에 있는 생활클럽카나가와와 팔시스템카나가와유메코프를 방문하였다. 이곳에서 조합원 참여를 통해 F(푸드), E(에너지), C(케어)를 지역에서 만들어 가는 사례와 생협이 코디네이터가 되어 지자체와 지역의 단체를 연결해 지역 과제를 해결해 가는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번 연수에서 보고 느낀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얼터너티브생활관 1층 '레스토랑 we'

 

생활클럽카나가와는 조합원 참가와 자치를 높이고자 2005년 5개 회원생협으로 분화함.

첫 번째 방문지는 생활클럽카나가와의 얼터너티브생활관(이하 오르타관). 생활클럽카나가와는 생활클럽생협연합회(조합원 39만명, 사업액 872억엔)의 회원생협으로 카나가와현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71년 요코하마시에서 미도리생협이란 이름으로 출발, 1977년에 생활클럽카나가와로 명칭을 변경하였다(2018.3월 기준 조합원 수는 77,000명, 매출액은 48억 4,000만엔). 처음에는 하나의 생협으로 출발했으나 2004년 조합원 참가와 자치를 높이고자 지역을 나눠 5개 회원생협으로 분화했다.

생활클럽카나가와는 '데포'라는 매장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는 데포트(22개)와 '반' 공급과 '개별 공급'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는 커먼즈(47개)를 토대로 조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 커먼즈와 데포트에는 운영위원회를 두어 지역의 자치를 담당한다. 생활클럽카나가와의 지역구상은 ‘FEC자급권 만들기’이다. 지역에서 자연과 공생하며 먹거리(Food), 에너지(Energy), 복지(Care)를 최대한 자급·순환시키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삶'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며, 이 FEC자급권을 실현해 나가는 주체는 W(워크)이다.

생활클럽의 활동은 주로 조합원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시간과 전문성을 요하는 사무국 노동은 직원과 워커즈콜렉티브가 담당하고 있다. 워커즈콜렉티브란 구성원이 출자하고 노동하고 운영하는 새로운 노동 방식의 사업체이다. 노동 방식도 배분 방식도 스스로 정한다. 실제로 생활클럽에서는 매장사업 뿐만 아니라 상품 배송, 복지사업, 서로돕기사업 등 많은 부분을 워커즈콜렉티브(이하 워커즈 or W.Co)에 위탁하고 있다.

 

생활클럽카나가와의 커뮤니티공간 얼터너티브생활관

 

이번에 방문한 얼터너티브생활관은 조합원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간의 장점과 활력이 잘 드러나는 곳이었다. 여러 워커즈가 모여 이 공간의 활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얼터너티브생활관(오르타생활관)은 1985년에 지어진 생활클럽카나가와의 커뮤니티 공간이다(지하 1층, 지상 6층). 신요코하마역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층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 ‘레스토랑 we’였다. 1999년 12월 워커즈 방식으로 오픈하여 런치를 중심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생활클럽의 식재료를 중심으로 채소를 많이 사용한 식사를 제공한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데 방문한 날 점심시간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건물 왼쪽으로는 생활클럽카나가와와 복지클럽생협, 워커즈 안즈가 출자해 만든 한방・허브약국인 오르타약국 ‘안즈’와 역시 워커즈가 운영하는 리사이클숍 ‘데아이’가 있었다. 데아이는 건물 청소와 관리, 접수도 담당한다.

 

(왼쪽) 레스토랑WE, (가운데) 오르타약국 '안즈', (오른쪽)리사이클숍 '데아이'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데스크가 있고 지역의 장애인들이 만든 젤리와 쿠키가 진열되어 있었다. 안내대 바로 뒤에는 생활클럽카나가와의 자회사인 ‘오르타스퀘어’가 입주해 있었는데 조합원의 주거 관련 상담 및 시공을 해준다고 한다.

 

(왼쪽)생활클럽카나가와의 자회사로 주택관련 상담과 시공 담당하는 ㈜오르타스퀘어, (오른쪽)안내데스크에서는 장애인작업장에서 만든 쿠키와 젤리를 팔고 있다.

 

안내데스크 한 편에 ‘Food drive'라 쓰인 상자가 놓여 있었다. 카나가와현에 있는 생협, 농협, 복지단체가 모여 만든 ’카나가와푸드뱅크‘가 설치한 것이다. 유통기한은 충분히 남았지만 자신은 먹지 않는 식재료들을 이곳으로 가져오면 모아서 지역의 빈곤 가정이나 어린이식당 등에 제공한다. 그 맞은편 벽에는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패널에서 발전하는 전력량을 표시해 주는 전광판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공기 중 방사능의 흐름을 표시해놓은 게시판이 있다. 에너지 자립을 통해 원전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자 하는 생활클럽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한약재 향을 따라 올라간 2층에는 ‘오르타건강스테이션’과 침구치료원이 있었다.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거나 걱정이 있을 때 부담 없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운영은 1층 안즈약국을 운영하는 워커즈가 맡고 있다. 마침 할머니와 손녀가 손을 잡고 들어와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는 모습이 이 공간이 그들에게 무척 익숙한 것 같았다.

 

오르타건강스테이션

 

3층에는 조합원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는 넓은 쉼터가 있었다. 창 쪽에 통나무를 사용해 만든 공간은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데 커튼을 내리면 수유 공간으로 바뀐다. 입구에는 누구나 편히 와서 100엔을 내고 스스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조리대도 있었다.

 

(왼쪽)쉼터, 100엔을 내고 자유롭게 차를 마시며 휴식을 즐긴다.(오른쪽)나무로 만든 쉼터 내 다목적 공간. 천을 내리면 수유실이 된다.

 

4층의 널찍한 조리실에서는 마침 요리를 끝난 조합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만들기와 요리를 합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요리한 음식 사진과 함께 여열을 이용해 보온을 하는 방온 패드를 보여주었다.

 

(왼쪽)조리대를 갖춘 넓은 조리실, (오른쪽) 요리와 만들기가 합쳐진 프로그램 진행_이날 만든 여열을 이용해 보온하는 방온시트

 

한쪽에는 ‘컬쳐스쿨 ACT’의 사무실이 있었다. 카나가와현에 있는 생활클럽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약 70여개의 강좌를 기획하고 직접 강사로 참여하는 강사들이 만든 워커즈이다. 내부를 엿보니 다양한 강좌들을 소개하는 자료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강사들이 만든 워커즈 ‘컬처스쿨 ACT' 사무실

 

그 옆으로 ‘와토홈’이라는, 유아부터 미취학 아동을 가진 부모와 아이가 부담 없이 와서 놀 수 있는 육아 공간이 있었다. 도시락을 가져와 함께 나누어 먹으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그들의 고민이나 정보들을 나누기도 한다. 공간 이용료는 1시간에 300엔이고 7회 이용권은 1,000엔에 구입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운영하는데 이곳 역시 운영 주체는 워커즈이다.

5층의 운동 스페이스와 6층의 다다미방에서는 몸을 살리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건강이나 힐링에 대한 조합원의 요구가 높아 오르타관에서도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고 있다고 한다.

 

(왼쪽)6층의 다마미구조로 된 공간, (오른쪽)5층에 있는 운동 공간

 

시간 관계상 120개의 객석에 음향, 조명, 영상 기재가 갖춰진 지하1층의 ‘스페이스오르타’는 보지 못했지만, 건물 어느 한 곳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공간을 조합원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30여 년 전에 지어져 이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기는 하지만, 낡았다기보다 포근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오르타관이었다. 이 느낌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공간을 둘러보는 동안 이곳을 방문한 조합원들과 스쳐지나가며 계속 ‘곤니찌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도 공간의 반 이상은 무언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활력의 원천은 워커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공간과 사업별로 워커즈가 있어 그들이 책임을 지고 운영을 하고 공간 활성화를 위한 고민을 한다. 그야말로 조합원들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풍요롭고 건강한 생활과 풍요로운 문화’를 누리고 싶다는 생활클럽생협의 이념이 반영된 오르타관을 통해 ‘우리 조합의 공간도 어떻게 하면 보다 알차고 사람들이 편히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공간활용의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생활클럽카나가와 후지이 호노미 이사장(가운데 흰색 옷을 입은 분)과 함께 기념사진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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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진주아이쿱생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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