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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자산화, 가진자들의 전유물에서 시민들의 향유물로

기사승인 2019.10.07  10: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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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복덕방 - 삶이 깃든 부동산, 사회가 깃든 부동산 ④]

복과 덕을 생기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복덕방(福德房)은 말 그대로 복과 덕이 있는 방을 의미한다. 과거 동네에서는 제를 올리기 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음식과 돈, 노동력을 제공하고 당산나무나 근처 넒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제사음식을 모두가 나눠 먹었다. 그리고 음식과 정을 나누던 그 공간을 복덕방이라고 일컫곤 했다. 이렇듯 우리의 삶과 사회적인 영역 속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복덕방은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업자들의 등장으로 어느새 이름도 부동산중개소로 바뀌었다. 집과 토지를 의미하는 부동산도 더 이상 삶의 터전이 아닌 투기와 축적의 수단이 되었다. 최근 부동산 문제의 대안으로서 사회주택, 시민자산화, 공유공간 등 모델이 소개되고, ‘사회적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인식틀과 담론이 제안되고 있다. 삶과 사회가 깃든 부동산인 ‘사회적 부동산’을 사회혁신기업 더함과 함께 라이프인이 소개한다.


향신료는 중세 유럽에서 매우 귀한, 부의 상징이었다. 부자들은 음식의 재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향신료를 겹겹이 쌓을 때도 있었고, 포도주에 넣어 먹기도 했다. 특히, 통후추가 귀하던 시기에는 당시 통용되던 은과 달리 값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집세를 내는 수단(페퍼콘 집세)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19세기가 되면서 통후추의 가격은 하락했고, ‘페퍼콘 집세’는 아주 적은 임대료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영국의 해크니개발협동조합(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 이하 ‘HCD’)은 페퍼콘 집세로 시민자산화를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달스턴(Dalston) 지역에서는, ‘통후추 한 알’을 주고 구청 소유의 빈 건물을 100년 동안 임대받아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자산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HCD 소유의 6개 건물에는 70여 개의 여성, 청년 기업 등이 입주해 있고, 달스턴 지역의 다양한 문화행사와 프로그램 기획 등을 통해 커뮤니티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통후추가 시민들의 향유물로 변화했던 것처럼,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부동산이 시민들의 향유물이 된 셈이다.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은 통후추 한 알을 주고 구청 소유의 빈 건물을 100년간 임대받아 시민자산화를 이뤄냈다. 이는 한때 소수의 부자들이 전유했던 통후추가 이제는 대중화된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pexels


시민들의 삶을 재구성하는 공간을 공동의 소유로 만들다

2017년 서울연구원에서 발간한 <서울시 공동체공간 지원 사업 운영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97.2%가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고, 24%는 재건축, 임대료 상승, 건물주의 요청으로 이사를 경험했다. 조사대상 공간이 주민들이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는 커뮤니티 앵커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시설의 지속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주거와 커뮤니티를 위협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화되고, 도시재생, 커뮤니티 재생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도 공동체자산화, 지역자산화 등 다양한 이름으로 시민자산화가 추진되고 있다. 2017년 11월 광진주민연대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건물을 매입해 공유공간 ‘나눔’을 열었다. 광진주민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등 9개 단체가 힘을 모아 지하1층, 지상4층의 건물을 매입하고, 단체들의 사무실과 주민들에게 개방되는 교육장,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40% 수준이면서도 단체 사정에 따라 무상으로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해 지역 시민사회의 인큐베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도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삼십육쩜육도씨의료생활협동조합 등이 구성한 ‘우리동네 지역자산화TF’를 주축으로 시민자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은 염리동에서 커뮤니티 카페 ‘나무그늘’을 오랜 기간 운영했지만 높아지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정든 공간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그해 5월에 이들 협동조합들은 의기투합해 TF를 결성했다. 이들은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을 만들고, 주식회사인 자회사를 만들어 투자유치 등을 통해 자산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5월 출자제안 설명회를 진행한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은 올 연말까지 자산화 대상 물건을 매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부동산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민자산화

시민자산화 모델은 커뮤니티 앵커시설을 조성하고 시민들의 삶의 양식을 재구성하는 것뿐 아니라, 전통적인 부동산 사업의 개발 구조와 이익의 배분 방식 또한 바꿀 수 있다.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에서는 시공사와 금융사가 핵심 플레이어이다. 이들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도 시공비와 이자를 수취하고, 부동산 개발이 완료된 시점에서는 자본이익을 수취한다. 특히,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서는 SPC(특수목적법인)의 주주로 참여해 자신들의 수익(시공비와 금리) 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즉, 견제되지 못하는 자본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자산화를 위해 사회적경제/지역주체, 시민들이 부동산 공급에 참여할 경우 이들의 이익극대화 경향을 견제하고, 부동산 개발 이익을 공동체에 귀속할 수도 있다. 사회혁신기업 더함이 추진하는 ‘위스테이’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위스테이는 입주자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주택을 공급하는 SPC에 출자함으로써 주택의 공급과 운영 과정에 참여한다. 특히, 두 주체가 SPC의 보통주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영리 대기업의 이윤극대화 경향을 견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합리화하고, 주변 시세 대비 75~85% 수준의 임대료로 8년 동안 장기 거주가 가능해진다. 8년 후 SPC가 청산하게 되면, 사회적협동조합이 아파트 자산을 일괄 인수해 공동체 자산화를 실현할 수도 있다. 나아가 SPC 보통주 최대주주인 위스테이사회적협동조합이 자본이익을 얻고, 그 이익을 정관에 따른 공익적 목적사업에 사용함으로써 부동산 개발이익을 지역사회와 함께 향유할 수도 있게 된다.

사회적 금융과 결합을 통한 시민자산화의 확산

실질적인 시민자산화 첫걸음은 자산화를 위한 초기자본을 확보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초기자본만 마련할 수 있다면 시민자산화 사례는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시민, 지역 등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초기자본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재생정책을 활용해 도시재생활성화 구역에서 20%의 초기자본만 마련하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자산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자산화를 위해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과거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통후추 한 알을 마련하는 것처럼 쉽지 않게 느껴진다.

최근 이러한 시민자산화의 필요에 맞물려 사회적 금융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사회적 부동산이 가진 공익적 가치와 안정적 대체투자로서 잠재력을 본 민간에서 사회적 부동산 전용 펀드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토교통부에서는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에 있는 청년창업, 중소/벤처기업 등을 지원하는 도시재생모태펀드를 내놓을 예정인데, 이를 활용하여 시민자산화 구조의 커뮤니티 앵커시설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시민들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통후추처럼, 도시와 지역 곳곳의 부동산이 시민들 모두가 향유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들로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도시재생모태펀드 구조 ⓒ국토교통부

정지영 (사회혁신기업 더함 팀장)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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