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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문제 해법, 관점 바꾸니 보인다

기사승인 2019.11.16  15: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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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안전과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 해법을 찾아라! - 정리편

"바다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현재 우리 은하에 있는 별보다 많다. 만약 현재 동향이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게 될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2018년 세계 환경의 날 기념 연설)

인간이 쓰고 버린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매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파도 등에 잘게 부셔져 물고기가 먹게 된다. 플라스틱 입자를 먹은 물고기를 인간이 섭취한다.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거치면서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준 축복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이 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나눈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한곳이어서 플라스틱 사용의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를 넘어서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기 전에 지구와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다. 

라이프인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플라스틱의 사회적, 환경적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한국사회의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기획시리즈를 여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①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 인간에게 묻다
② '9%', '91%' 플라스틱 - 숫자로 보는 플라스틱 재활용
③ 플라스틱 문제 누가 해결하고 있을까? 
④ 플라스틱 재활용률? 단순하거나 없애거나
⑤ 폐플라스틱 줄게~ 보증금 다오!
⑥ 버려지는 플라스틱 '혼합 플라스틱'으로 해결하자

 

▲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10만 톤에 이른다(2016년 기준)  [제공=Pixabay]

플라스틱은 20세기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고 여겨졌다. 가볍고 가공이 쉬우면서 내구성도 강하고 가격 역시 저렴하다. 그야말로 '기적의 소재'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플라스틱은 1856년 영국의 과학자 알렉산더 파크스(Alexander Parkes)에 의해 처음 개발된 이후 수많은 산업 영역에서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플라스틱 제품은 일상 곳곳에 침투하기 시작했으며, 삶의 편의성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편리하다는 이유로 쉽게 생산하고 소비해온 플라스틱이 현재 인간의 건강한 삶은 물론 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과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국내 실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심각하다. 유럽 플라스틱·고무산업 제조자 협회(EUROMAP)가 발표한 '세계 63개국의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 보고서'(2016)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7kg으로 벨기에(170.9kg)와 대만(141.9kg)에 이어 3번째로 많은 플라스틱 소비량을 기록하고 있다. 많이 쓰면, 당연히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2016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합성수지·합성섬유·합성고무를 모두 플라스틱 범위에 포함) 원료 생산량과 수요량은 각각 2,100만 톤, 1,100만 톤이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역시 1,010만 톤에 이른다(국내외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현황 및 해결방안, 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18).

그래도 사람들은 분리수거를 잘하면 폐플라스틱이 재활용·재사용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런 믿음으로 죄책감을 지워왔다. 특히 한국은 분리수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국내에서 하루 평균 발생하는 1인당 생활폐기물 약 930g 중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배출율은 69.1%다(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환경부, 2017).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만큼 잘 버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우리가 분리하여 버린 폐플라스틱이 모두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재활용가능자원의 시설 반입량을 기준으로 측정한 2016년도 국내의 재활용률은 58.5%지만, 재활용제품 생산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실질 재활용률은 20.8%인 것으로 드러났다(생활폐기물의 물질흐름분석을 통한 실질 재활용률 산정 및 온실가스 저감 효과 분석, 국립환경과학원, 2018).

그동안 국내에서는 폐플라스틱이 야기하는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소비자의 노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시각이 강했다. 그러나 사회에 만연해진 '미세 플라스틱 공포'와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은 이런 방법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좀 더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잘 만들고, 잘 거둬서, 잘 활용하자"

▲ KBS 뉴스 화면 갈무리

- 보증금 제도 확대도입이 가져올 효과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이 없도록 제대로 수거해야 한다. 재활용 수거 비율을 높이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언급되는 것은 바로 보증금제도다.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플라스틱 포장재 배출량 1위국인 독일이 바로 이 보증금제도를 시행해 높은 재활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3년부터 보증금제도(판트, Pfand)를 운영하며 포장재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소비자는 음료를 구입할 때 용기에 대한 보증금을 지불하고, 반환 시 용기 재질에 따라 0.08~0.25유로(한화 약 103~ 32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다. 재활용에 동참함으로써 즉각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거의 모든 마트에서 빈 병 반환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놓는 등 접근성도 높아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독일이 95%에 달하는 높은 공병 재활용률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도 보증금제도가 존재하기는 한다. 국내엔 1985년 공병보증금제도가 도입됐으며 현재 소주병과 맥주병을 마트에 가져가면 각각 100원, 130원을 돌려준다. 그러나 유리병과 마찬가지로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이나 금속캔은 보증금제도의 대상이 아니다. 2002년 도입됐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2008년 폐지됐다. 독일처럼 보증금제도가 잘 정착된 사례와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보증금제도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보상을 주어 재활용에 동참하도록 장려한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보증금제도 확대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다. 현재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보증금제도 방식도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입체적인 전략 구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실적으로 고민하여,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먼저 도입한 후 단계적으로 일회용 포장재까지 확산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고, "보증금제도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마트 등에 거점배출 장소를 마련해서 일상적인 분리배출 체계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품목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재활용하기 쉽게 '만들자'

▲ 다양한 플라스틱 재질. ⓒ환경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3년 기준으로 독일(6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재활용률(59%)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이 잘 버리고 잘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재사용하려면, 무엇보다 생산 단계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제품의 소재를 단일화하고 포장 방식을 변경하는 방법을 들 수 있겠다.

플라스틱 재질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 등 다양하다. 눈으로 보기에는 동일해 보이는 플라스틱 제품이라도 사용한 소재에 따라 공정 과정이 달라진다. 따라서 복합재질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에 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기에 사실상 폐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독일, 영국, 프랑스는 플라스틱 포장재 중에서 PE, PP 단일재질과 몸체에 사용하는 용기만 허용하고 있으며 PE, PP 이외의 재질과 복합재질은 사용을 금지한다. 독일에서는 검정색 플라스틱 포장재도 사용하지 못한다(포장검사 기준 및 포장제도 개선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 2018).

포장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제품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부문이 바로 포장재(44.8%, 2002~2014 기준, OECD)이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플라스틱 재질은 다양하며, 2가지 이상의 재질이 섞여 있을 경우 재활용 원료의 품질이 떨어지고 선별하는 데 인력과 비용이 든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세제나 샴푸 용기, 음료수병만 보더라도 몸체와 뚜껑, 라벨의 재질이 모두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라벨의 경우 접착제가 제거되지 않으면 재활용이 안 된다. 제품의 디자인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핵심은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 플라스틱 재사용,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 개선(업사이클링)"이라고 강조하며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는 가게에서 사용하는 포장재를 없애거나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로 대체하고,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바이오 소재나 금속 소재로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재사용은 물류 단계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다회용 포장재로 대체하는 방안이 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양을 줄이고 마지막으로 재활용 체계를 개선해서 업사이클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을 위해서는 생산 단계부터 구조 개선이 필요한데, 플라스틱 종류 및 제품의 종류, 그리고 현장 여건을 반영하여 개선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재질구조 단일화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혼합 플라스틱, 어떻게 다시 쓸까?

▲ 아이쿱생협에서 혼합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만든 화분. ⓒ아이쿱생협

폐플라스틱 선별 과정을 줄여 실질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혼합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키우는 것이다. 즉, 혼합되어 있는 폐플라스틱을 그 상태 그대로 재가공하고 재사용하는 것이다.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을 분류해 각 재질별로 공정하는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품질 좋은 재활용 원료로 만들기 위한 선별 과정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 비용이 장벽이 되어, 많은 폐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지에 버려지고 있다. 이처럼 폐기되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기 위해 최근 종류별로 분리하지 않은 혼합 플라스틱을 적절한 품질을 가진 재활용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물론 아직 혼합플라스틱 관련 기술이 양질의 물질재활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홍 소장은 "혼합 플라스틱이 배출될 경우에 다시 양질의 원료로 회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제일 좋은 것은 혼합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문제, 시각을 바꿔야 해결책 보인다

▲ Pixabay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환경 문제가 야기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주로 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진 노력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 결과는 소비자의 책임을 강조한 기존 방식이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폐플라스틱이 재활용되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리수거하는 수고를 들였으나, 대부분이 매립되거나 쓰레기로 방치되고 혹은 소각 처리된 것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 및 기업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시민단체의 활동은 결과물 처리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더 심각해져 가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일회용 소비 문화뿐 아니라 그런 소비가 가능하게 한 경제적 가치 우선의 공급자 중심 논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만으로는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생산 방식의) 재설계, 혁신, 새로운 유통 방식을 통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플라스틱 문제의 주된 원인을 소비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플라스틱을 만들고, 유통하고, 사용하는 모든 주체가 저감 노력을 해야 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플라스틱 과잉 생산을 지양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만들어야 하며, 유통 단계에서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여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플라스틱이 자원순환체계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고 재사용되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미다. 플라스틱 문제는 '기적의 소재'가 주는 편의성을 포기하지 못한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야기한 문제다. 그렇기에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해결책도 함께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향이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자. 우리는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당장 플라스틱 없는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러므로 환경보호와 안전이라는 큰 가치 안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보증금제도와 플라스틱 생산 및 포장방식 변경, 혼합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도 그러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사회 각 영역에서 시각을 넓히고 실천 가능한 해법들을 하나씩 찾다 보면, 우리 주변의 플라스틱들이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노윤정 기자 leti_d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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